케인즈 경제학 — 유효수요 이론과 승수효과
정부가 다리 하나를 놓는 데 10억을 쓰면, 경제는 왜 10억보다 더 커질까?
1930년대 대공황 시기, 공장은 멀쩡하고 노동자도 일할 의지가 있는데 실업률은 20%를 넘었습니다. 전통 경제학의 설명대로라면 임금을 낮추면 저절로 해결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케인즈는 이 모순을 유효수요 부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고, 그 처방으로 나온 것이 오늘날까지 재정정책의 근거로 쓰이는 승수효과입니다. 1~2편에서 GDP를 어떻게 재는지 봤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 GDP를 정부가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는지를 다룹니다.
유효수요란 무엇인가?
케인즈는 1936년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실업과 불황의 원인을 유효수요의 부족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여기서 유효수요란 단순히 사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실제 구매력이 뒷받침된 총수요를 뜻합니다.
기업은 만든 물건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만 생산하고 고용합니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수요(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가 부족하면, 생산 능력이 남아 있어도 기업은 생산과 고용을 줄이게 됩니다. 케인즈 이전의 고전학파는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만든다(세이의 법칙)”고 봤지만, 케인즈는 이 인과관계를 뒤집은 셈입니다.
저축의 역설
케인즈가 든 대표적인 사례가 저축의 역설(paradox of thrift)입니다. 그는 “저축은 개인으로서는 미덕이지만 이것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투자로 연결되지 않으면 수요가 위축되어 산출과 고용이 감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인에게는 합리적인 절약이, 모두가 동시에 하면 오히려 경제 전체의 소득을 줄이는 역설이 발생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경기가 나빠질 조짐을 느낀 가계들이 일제히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다고 해봅시다. 개별 가계로서는 미래를 대비한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소비 감소가 곧 기업 매출 감소이고, 이는 다시 고용·소득 감소로 이어집니다. 소득이 줄면 가계가 애초에 계획했던 만큼 저축하기도 어려워져, 모두가 동시에 저축을 늘리려 한 결과 오히려 경제 전체의 저축액은 늘지 않거나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 역설이 케인즈가 개인의 저축 결정을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총수요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핵심 근거였습니다.
소비함수와 한계소비성향
케인즈는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지만, 늘어난 소득 전부를 다 쓰지는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를 식으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C = C₀ + c × Y
여기서 C는 소비, C₀는 소득이 0이어도 발생하는 기초소비, Y는 소득, c는 소득이 1만큼 늘 때 소비가 얼마나 느는지를 나타내는 한계소비성향(MPC, Marginal Propensity to Consume)입니다. 예를 들어 c=0.6이면, 소득이 100만원 늘 때 그중 60만원을 소비하고 40만원은 저축한다는 뜻입니다.
승수효과 — 왜 10억이 10억으로 끝나지 않는가?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은 승수효과를 “최초의 경제변량의 변화에 따라 최종적으로 빚어낸 총효과의 크기가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정부가 다리 건설에 100억원을 지출했다고 해봅시다. 한계소비성향이 0.6이라면 다음과 같은 연쇄가 일어납니다.
| 단계 | 내용 | 추가로 발생한 소득 |
|---|---|---|
| 1차 | 정부가 건설사에 지출 | 100.0억원 |
| 2차 | 건설사 직원이 소득의 60%를 소비 | 60.0억원 |
| 3차 | 그 소비를 받은 사람이 다시 60% 소비 | 36.0억원 |
| 4차 | 또 그중 60%를 소비 | 21.6억원 |
| … | 같은 과정이 무한히 반복 | … |
| 합계 | 100 × (1 + 0.6 + 0.6² + 0.6³ + …) | 250.0억원 |

승수 공식 — 1 ÷ (1 − 한계소비성향)
위 무한등비급수를 일반화하면 투자승수(k)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식으로 정리됩니다.
k = ΔY ÷ ΔI = 1 ÷ (1 − c)
c=0.6이면 k = 1 ÷ 0.4 = 2.5이므로, 100억원 지출이 250억원의 소득 증가로 돌아온 것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한계소비성향이 클수록(저축을 덜 할수록) 승수는 더 커집니다.
| 한계소비성향(c) | 승수(k = 1/(1-c)) | 100억원 지출의 최종 효과 |
|---|---|---|
| 0.5 | 2.0 | 200억원 |
| 0.6 | 2.5 | 250억원 |
| 0.8 | 5.0 | 500억원 |
| 0.9 | 10.0 | 1,000억원 |
승수의 종류: 위 예시는 정부지출이 아닌 민간 투자를 기준으로 한 투자승수지만, 같은 논리가 정부지출승수·수출승수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만 정부지출을 늘리면서 그만큼 세금도 같이 걷는 경우에는 균형재정승수가 적용되어, 이론상 승수가 정확히 1이 됩니다(지출 증가분만큼만 소득이 늘어남).
그래서 정부는 왜 재정지출을 늘리려 하는가?
케인즈는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임금 인하 같은 간접적 처방보다 “정부가 적자재정을 감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직접적 수요증대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봤습니다. 민간이 저축만 하고 투자를 꺼릴 때, 정부가 대신 지출을 늘려 유효수요의 공백을 메우고, 그 지출이 승수효과를 타고 민간 소득으로 계속 퍼져나가게 만든다는 논리입니다. 2차대전 이후 각국 정부가 경기침체마다 재정지출 확대 카드를 꺼내드는 이론적 근거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주의할 점: 이 모형은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고 남는 생산설비·유휴 노동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경제가 이미 완전고용에 가까우면 정부지출 확대는 소득 증가보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으로 더 많이 흡수될 수 있어, 승수효과의 크기는 그만큼 작아집니다.
반론 —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
물론 케인즈의 처방이 논쟁 없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닙니다. 고전학파와 이후의 통화주의자들은 정부지출 확대의 효과가 이론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반박했는데, 그 핵심 근거가 구축효과입니다.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은 구축효과를 정부지출 증가로 인해 민간부문의 투자나 소비가 감소하는 현상으로 정의합니다. 정부가 세금을 더 걷지 않고 지출만 늘리려면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민간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어 이자율이 상승하고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감소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민간 위축분이 정부지출 증가분을 상쇄해, 승수효과로 기대한 만큼 소득이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구축효과의 크기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불황기처럼 민간의 투자 수요 자체가 적을 때는 구축효과가 약하게 나타나고, 경기가 호황에 가까울수록 뚜렷해집니다. 케인즈학파가 “유휴 자원이 남아 있는 불황기”를 재정지출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앞서 본 승수효과의 전제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자율과 국민소득이 함께 결정되는 구조는 다음 편 IS-LM 모형에서 더 정교하게 다루겠습니다.
정리하며 확인할 것
- 케인즈는 불황의 원인을 유효수요 부족으로 보고, 저축이 지나치면 오히려 소득을 줄이는 저축의 역설을 지적했다
- 소비함수 C = C₀ + cY에서 c(한계소비성향)가 클수록 승수효과도 커진다
- 승수 k = 1/(1-c)이며, 정부지출·투자 1원의 최종 효과는 k배로 확대된다
- 승수효과는 유휴 자원이 있을 때 크게 작동하며, 완전고용에 가까울수록 효과는 줄고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진다
- 구축효과(국채 발행 → 이자율 상승 → 민간투자 위축)는 승수효과를 상쇄할 수 있으며, 그 크기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참고자료: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케인스 – 유효수요와 국민소득 이론을 창시하다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구축효과(Crowd-out Effect) – 기획재정부 시사경제용어사전
이 글은 거시경제학 교육 목적의 일반적인 설명 자료이며, 특정 시점의 통계치는 발표 기관의 최신 자료를 기준으로 다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chrisp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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